5월 8일, 어버이날.
매년 돌아오는 이 날이 왜 이렇게 낯설고 어려운 걸까요?
누군가는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누군가는 따뜻한 밥 한 끼를 함께 나눕니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마음속에만 감사의 말을 되뇌인 채 그저 그렇게 조용히 하루를 보냈을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후자에 가까웠습니다. 직접 찾아뵙지 못한 어버이날은 늘 마음이 찜찜하고 무겁습니다. '다들 어떻게 보냈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머리를 맴돌았죠. 누구나 부모님께 잘하고 싶어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은 게 바로 마음 표현입니다.
전화 한통 드렸어요. 어머니 찾아 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 왜 이렇게 어렵죠?
부모님 앞에선 괜히 말이 짧아지고, 고맙다는 말 대신 어색한 농담이나 딴소리를 하게 됩니다. ‘당연한 존재’라고 믿었던 시간이 너무 길어서 고마움을 말로 표현하는 법을 자꾸 잊게 되죠.
하지만 어버이날 같은 날엔 그 ‘당연함’을 마주하게 됩니다. 늘 옆에 있을 것 같던 존재가 사실은 점점 작아지고, 느려지고, 조용해지는 걸 느끼는 날.
그래서 그런지, 감사의 말은 언제 해도 늘 늦은 것 같고 지금은 해도 괜히 서글퍼집니다.
그날, 보낸 건 카톡 한 줄이었습니다
“엄마, 아빠. 고마워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계세요.”
사실 이 말을 보내기까지도 몇 번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는지 모릅니다. 너무 짧은 건 아닐까? 너무 평범한 건 아닐까?
하지만 부모님은 늘 그렇듯, 짧은 답장으로 충분한 마음을 전해줍니다. “그래, 고마워.” 그 두 글자에 담긴 수십 년의 사랑과 묵묵함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누군가는 찾아가고, 누군가는 그리워하고
어버이날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사람도 있지만 전화 한 통도 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부모님과 떨어져 있는 사람, 이미 보내드린 사람, 혹은 너무 오랜 시간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사람.
그래서 어버이날은 누군가에게 기쁜 날이기도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아픈 날이기도 합니다.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조용히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 필요하죠.
우리 부모님의 어버이날은 어땠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도 누군가의 딸이었겠지.' '아빠도 언젠가는 처음 카네이션을 달아드렸던 적이 있었겠지.' 지금의 부모도, 언젠가는 어린아이였고 부모님을 생각하던 자식이었을 겁니다.
그런 시간을 거쳐 지금은 나를 걱정하고, 기다려주는 존재가 된 거죠. 부모의 마음은 정말 끝이 없는 바다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끼의 식사, 짧은 전화 한 통이 주는 위로
올해 어버이날에는 함께 밥을 먹진 못했지만, 다음엔 꼭 얼굴을 보고 싶습니다. 그때 전하지 못한 말들, 카톡 대신 눈을 보고 말하고 싶습니다.
“엄마, 고마워요.” “아빠, 늘 든든해요.” 이 짧은 말이 오래 남는 하루를 만들 수 있음을 이제는 조금씩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결론 – 어버이날이 아니어도, 매일 전할 수 있는 마음
어버이날이라는 명확한 날짜가 있어 우리는 그제서야 부모님을 다시 떠올립니다. 하지만 사랑은 날짜를 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음 어버이날이 오기 전에 그리운 얼굴을 한 번 더 보고, 고맙다는 말을 한 번 더 전하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그 마음을 못 전했다면, 지금이라도 괜찮습니다.
부모님은 늘 그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